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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려주일에 드리는 기도

하가다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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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이 종려 주일 아침, 거친 마음 위에 조용히 펴지는 푸른 종려잎 하나처럼, 주님의 은혜가 내 심령 깊은 곳에 내려앉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저는 다시금 기억합니다.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신 그날의 주님을. 환호하는 무리들 속, 호산나의 소리들이 메아리쳤던 거리와, 구불구불한 언덕길 위에 깔린 겉옷과 종려나무 가지들 사이로 지나가시던 주님의 눈빛을 떠올려봅니다.

 

주님, 그날 사람들은 외쳤습니다.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송하리로다!” 그 외침은 기쁨이었고 환영이었으며,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온 메시아의 입성을 환호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환호 뒤에 감추어진 인간의 이중성과 조급함을, 저는 너무도 잘 압니다. 호산나를 외치던 그 입술이, 며칠 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던 같은 입술이었음을, 제 마음은 떨리는 고백으로 주님 앞에 올려드립니다.

 

그 무리들 속에서 저 역시 손을 흔들고 있었을 것입니다. 저도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면, 종려 가지를 흔들며 주님을 찬송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주님이 나의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실 때, 나의 욕망을 채워주시지 않을 때, 저는 그 무리들처럼 등을 돌릴 연약한 자임을 주님 앞에 고백합니다. 제 안에도 메시아를 정치적 해방자로 오해했던 사람들의 욕망이 있고, 고난 없이 영광만을 구했던 자들의 이기심이 있습니다.

 

주님, 저는 종려를 흔드는 손보다, 그 가지 아래 나귀를 타고 가시는 주님의 마음을 알고 싶습니다. 무리의 환호 속에서도 십자가를 향한 주님의 시선, 그 고요한 눈동자에 담긴 고난의 그림자를 저는 오늘 따라 깊이 느낍니다. 승리의 입성이 아닌, 고난의 문턱을 넘는 예언의 성취 앞에서, 주님은 말없이 걸어가셨습니다. “시온 딸아,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라는 스가랴의 예언처럼, 진실로 온유하시고 겸손하신 주님께서, 나귀 새끼를 타시고 오셨습니다.

 

그 겸손과 순종을 저는 너무도 쉽게 잊고 살아갑니다. 주님처럼 낮아지기를 두려워하고, 주님처럼 침묵하며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기를 망설이는 저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오늘 저는 주님의 발자취를 따르고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습니다. 주님의 고난의 길, 침묵의 길, 사랑의 길을 걷는 자 되기를 소망합니다. 무리의 칭찬보다 주님의 시선을 따르게 하시고, 편안한 길보다 순종의 길을 선택하게 하소서.

 

주님, 오늘 제 마음의 성문이 활짝 열리기를 원합니다.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신 그날처럼, 주님께서 저의 마음에도 나귀를 타시고 들어와 주옵소서. 제 마음의 높은 곳을 꺾으시고, 부드러운 겸손으로 가득 채워 주옵소서. 제가 흔드는 종려나무 가지는 단지 흥분과 열정의 상징이 아니라, 제 자신을 내려놓는 겸손의 고백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고난주간이 시작됩니다. 주님의 피 묻은 발걸음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묵상하며, 제 안의 죄를 직면하고, 십자가 앞에 다시 서게 하소서. 제 안의 “호산나”는 입술의 외침이 아니라, 주님께 구원과 생명을 간절히 요청하는 마음의 기도가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그 구원이 내 삶의 모든 자리를 통치하게 하소서.

 

주님, 나귀를 타신 왕은 세상의 방식으로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군마도, 검도 아닌, 온유와 진실, 그리고 사랑으로 오신 분. 오늘 제가 경배드리는 그 주님께 제 삶을 드립니다. 영광의 날에만 주를 찬송하는 자가 아니라, 고난과 침묵의 날에도 주를 따르는 참 제자가 되게 하옵소서.

종려 주일에, 나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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