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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하가다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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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문명이 개화되고 과학이 발달해도 행복은 언제나 숙제다. 설문에 의하면 행복지수는 경제발전과 역행한다. 그럼 가난해져야 할까? 어쩌면 행복이란 소유나 경제수치와 전혀 관계없는 존재의 사유에서 발현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책을 접할 때 고전을 읽고 자신만의 감상을 소개하는 책으로만 알았다. 저자 소개 글을 읽고 조금 놀랐다. 저자 장재형은 원목 주방용품 업체인 ‘장수코리아’의 대표인 때문이다. 회사 대표가 이런 책은 왜? 굳이? 호기심부터 들었다. 한 달에 독서량이 50권을 넘는다는 말에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럼 하루에 한 권 반 이상을 꾸준히 읽어 내야 한다는 말이 아니던가. 호기심이 더 증폭했다. 사업을 하며 많을 책을 읽어내는 저자는 도대체 행복을 뭐라 정의할까?


저자는 서두에서 28가지의 질문을 던진 다음 그 답을 찾아가는 형식을 취한다. 그 답은 28권의 책에서 찾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자아를 찾고,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통해 슬픔의 의미를 찾는 형식이다. 평생이 한 번을 읽어야 할 인문고전 28권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적은 것이라 해야 옳을 것 같다.


첫 장부터 턱하니 걸린다.


“사실 목표도 없이 방황하던 시절에는 막연히 돈 좀 벌고 성공 좀 하면 삶이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뤘고 돈도 벌었지만 누군가 왜 사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하기 힘들다.”(22쪽)


‘성공’, 그러니까 누구나 성공하고 싶고, 성공하기 위해 달린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어떨까? 삶의 의미,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다시 원점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열 살 때부터 스무 살 정도까지 겪는 내적 변화 즉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자신의 고뇌를 에밀을 통해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이 뭘까? 오랜 고뇌 끝에 헤세가 얻은 답이 뭘까? 아무것도 없을 때, 모두가 떠났을 때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이울’이는 것이다. 성공은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라이언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은 여러 번 읽었기에 저자의 해석이 궁금했다. 저자는 서두에서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오즈의 마법사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스토리를 잘 안다. 회오리바람에 의해 오즈의 나라에 간 도로시는 결국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자신의 켄터키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그 과정 속에서 겁쟁이 사자와 양철 나무꾼, 허수아비 등을 만나 그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모두의 문제를 해결한 후 도로시는 마녀의 신발을 치고 켄터키 집으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그 신은 도로시가 오즈의 나라에 도착할 때 가장 먼저 취득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도로시는 이미 고향으로 돌아갈 수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떠난 틸틸과 미틸처럼. 우연처럼 보이나 결국 행복의 장소는 자신이다.


“우리 내면에 잠자고 있는 강한 리더십의 도로시, 용기 많은 사자, 지혜로운 허수아비,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양철 나무꾼을 깨워 보자. 오즈의 마법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이 모든 것들, 리더십, 지혜 용기, 사랑 등이 이미 나의 내면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38쪽)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유는 너무나 유명한 책이지만 내용이 너무나 허망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왜 이 책인 고전이야 하는가?’ ‘왜 사람들이 그토록 이 책을 추천할까?’였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책의 가치를 알고 추천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그러한 거추장스러운 주장을 모두 걸러낸다 할지라도 수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 책을 추천한다. 한동안 그들의 추천의 의도를 무시했다. 왜 나는 직접 읽었기 때문에. 이젠 읽은 내가 판단하면 될 일이다. 난 절대 이 책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이후 나에게 의미심장한 생각의 변화를 일으켰다. 개츠비는 사랑했던 여인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아 거부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여자였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이전에 그렇게 우러러보던 여인이 아니었다. 가난에 찌들려 있고, 개츠비의 부를 탐하는 속물이었다. 중요한 줄거리는 아닐지라도 난 이 책을 그렇게 읽었다. 어쩌면 <위대한 개츠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막강한 힘을 갖게 되는 미국을 상징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개츠비의 처량한 죽음은 타살이 아닌 자살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가끔은 완전히 길을 잃고 방황하며 인생을 낭비하지만, 끊임없이 밀려오는 조류에 거스르는 배를 타고 참된 삶을 위해 모험을 떠나야 한다. 과거로 떠밀리어 가면서도 말이다.”(97쪽)

책에서 소개된 고전들은 대부분 읽은 터라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책을 읽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책을 읽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저자의 분투가 엿보인다. 읽는 내내 행복했지만 ‘희망 없이도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193쪽) 글귀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 꼭 희망이 있어야 사는 것이 아니다. 사는 것이 곧 삶의 의미일 수 있기에.


[밑줄 칠 문장]

p.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여행은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해진느 가장 좋은 방법이다. p.31


어린 시절부터 고전을 읽는다면 삶을 살아가면서 앞으로 경험하게 될 세상을 미리 볼 수 있다. 고전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삶의 거울이자 나침반이다. p.43


우리는 주위에 늘 있는 아름다움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멀리서 아름다움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려져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일시적이고 덧없는 것들을 추구한다. p.50


네루다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운다는 거잖아요.”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p.55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우연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소한 불행이 삶을 곧바로 불행하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반복적인 불행은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하루하루를 소소하지만 좋은 일로 채워 간다면 더욱 풍요로운 삶이 될 것이다. p.105


진정한 삶은 자신에게 흔적을 남겼던 시련을 극복할 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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