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이 좋은 이유
헌책방이 좋은 이유
지금은 덜하긴 하지만 난 헌책방이 좋다. 지난 4월 광주 헌책방 골목이 있다 하여 들렀다. 하지만 의외로 허술한 골목에 실망했다. 물론 그들의 탓은 아니겠지만 서점도 몇 곳 되지 않았고, 서점 주인들도 장사에 거의 관심이 없어 보였다. 실망해 그냥 돌아가려는 찰나 ○○서점을 발견하고 혹시나 싶어 들어갔더니 정말 책이 많았다. 맘에 드는 책도 많았지만 너무 좁고 위태롭게 쌓여 있어 몇 권 고르지 못했다.
책방에 들어서니 좁은 골목?이 아늑하다. 위태롭게 쌓인 책들은 쌓아온 세월만큼 높다. 중간쯤에 맘에 드는 책이 있어 꺼내려했지만 책사태?가 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여기저기 뒤지니 꽤나 맘에 드는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좋아 하는 책들은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의 책들이다. 80년대 책들은 글씨는 작고 표지는 엉망이었다. 당시는 표지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던 때라 밋밋한 표지가 대부분이다. 표지보다는 내용이고, 읽기 편한 것보다는 많은 양을 쑤셔 넣는 것이 당시의 출판 패턴이었다. 물론 가격도 쌌다. 당시에 300쪽 분량의 책 한 권에 3,000원짜리가 참 많다.
아리비안 나이트를 보는 순간 당장 사고 싶었지만 꾹 참아야 했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천일야화'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만화로 나오면서 그냥 아라비안 나이트로 불려지고 있다. 천일야화는 시리아본과 이집트 본 두 가지다. 열린 책에서 번역된 것은 시리아 본을 번역한 갈랑의 천일야화 완역본이다. 범우사는 이집트 본을 바탕으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니 약간 다를 수밖에....
가끔씩 드는 생각은. 어떤 책은 수천 년을 이어가고, 어떤 책은 출판되지 마자 폐기 처분된다. 그 기준이 뭘까? 이 책들도 아마 그런 순서를 밟고 여기에 왔을 것이다. 난 헌책방에 들러 책을 사면서 종종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책을 얻어 온다. 가능한 깨끗한 책을 구입하려고 하지만 종종 누군가의 흔적이 짙은 책을 사기도 한다. 헐값에 팔린 책들... 누군가의 손을 기다린다.
말년은 시골에 집을 하나 얻어 지금의 모든 책들과 앞으로 구입할 책들을 쌓아 놓고 싶다. 그래서 여기에도 책, 저기도 책인 집을 만들고 싶다. 책으로 지은 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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