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토요일에 드리는 기도
주님,
오늘은 고난주간의 토요일,
침묵이 가장 깊고 무거운 날입니다.
십자가의 외침은 멈췄고, 피 흘림은 더 이상 없으며,
세상의 소란은 갑작스레 정적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그 고요는 평안이 아니었고,
그 정적은 안정이 아니었습니다.
이 날의 침묵은 너무도 무겁고,
그 어떤 기도도 막혀버린 듯한 숨막히는 정지의 순간입니다.
당신은 무덤에 누우셨습니다.
돌무덤 깊은 곳, 사람들의 손에 안겨
그날 저녁 서둘러 감싸진 향품과 천 안에 갇히셨습니다.
영광의 주, 생명의 주, 창조의 주께서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육신으로,
차가운 돌벽 사이에 안치되셨습니다.
사람들은 그 무덤이 영원히 닫히리라 생각했고,
죽음이 당신을 이긴 것처럼,
악이 승리의 깃발을 들 것처럼
어둠은 한껏 부풀어 올라 짧은 축제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사단은 아마 오늘을 기다려왔을 것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당신이 고개를 떨구신 그 순간,
그는 함성을 질렀을지도 모릅니다.
“끝났다”는 말이, 그의 귀에는 “이겼다”는 선언처럼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수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로마 병사들은 무덤 입구에 돌을 굴리고 봉인을 찍으며
한 자락의 걱정을 감추려 애썼습니다.
“혹시, 그가 말하던 그 일이 정말로 이루어질까?”
그러나 그들의 염려는 두려움에서 온 것이었고,
그 두려움은 믿음에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무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봉인을 믿었고, 군인들의 무장을 의지했습니다.
그러나 주님,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의 침묵은 패배가 아니라 준비였다는 것을.
이 날, 무덤의 어둠 속에 당신이 머무시는 동안
한 무리는 잔치를 벌였고,
한 무리는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어머니 마리아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으며,
사랑했던 여인들은 묵묵히 향품을 준비하며
다음 날 무덤으로 향할 길을 그렸을 것입니다.
그들의 믿음은 상처 입었고,
희망은 무너져 내린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은 침묵 속에서도 일하고 계셨습니다.
당신의 낮아지심은 하늘보다 깊은 땅 밑까지 내려가
죽음의 권세를 뒤흔들고 있었습니다.
마치 개구리가 멀리 뛰어오르기 위해 온 몸을 낮추듯,
당신은 인류를 들어올리기 위해
가장 낮은 자리에, 가장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셨습니다.
무덤은 도착지가 아니라 도약대였고,
장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을 숨기고 있는 마른 씨앗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부활은 조용히 숨 쉬고 있었고,
새벽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별들은 잠들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주님, 오늘 저는 이 날을 바라보며
제 삶의 ‘토요일들’을 떠올립니다.
기도해도 응답 없는 날들,
기다려도 변화가 없는 시간들,
희망이 보이지 않고,
믿음조차 흔들리는 무력의 시간들.
그럴 때마다 저는 무덤 앞에 서 있는 여인들처럼
눈물만 흘리고, 향품만 준비하며
그저 당신의 침묵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주님,
이 고난주간의 토요일이
가장 깊은 침묵의 날이었으나,
동시에 가장 위대한 반전의 전날이었음을
오늘 제 믿음에 새깁니다.
이 날은 조용했지만,
하나님은 결코 멈추지 않으셨고,
무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당신은 죽음을 짓밟을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주님, 저는 이제 무덤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슬픔이 가득한 하루처럼 보여도,
그 깊은 어둠 속에 하나님은 여전히 계시며
부활을 준비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주님의 침묵은 실패가 아니었고,
저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도 내 인생의 무덤 같은 고요 속에
하나님의 계획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신뢰합니다.
내 영혼이 짓눌릴 때,
내 기도가 돌아오지 않을 때,
세상이 조롱하며 말할 때,
“너의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외칠 때,
오늘의 이 토요일을 기억하겠습니다.
하나님은 아무 말 없으셔도
결코 멈추시는 분이 아님을
당신의 죽음 속에서 저는 배웁니다.
주님, 오늘 제가 하는 유일한 고백은 이것입니다.
무덤 너머,
침묵 너머,
죽음 너머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부활하실 것입니다.
내가 보지 못해도,
느끼지 못해도,
기억하지 못해도,
하나님은 부활의 새벽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늘을 두려움이 아닌
믿음으로 기다립니다.
이 어두운 침묵의 날,
빛은 이미 숨 쉬고 있음을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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